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반성과 21세기의 전망(이삼성, 2001)
총 813장(본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1993년 발간된 저자의 <현대미국외교와 국제정치>(1993) 중 중요 내용들을 보다 보완하고 다듬어 실은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앞서 밝히길 당시 내용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저자 자신이 세운 새로운 분류법을 변화된 미국외교정세와 연결지어 보완하였고, 특히 냉전시대 미소 핵군비경쟁과 미국 핵정책 부분이 크게 보완되었다. 미국외교관련 본문이 550장 (551~681쪽은 국제정치론 부분)이었던 93년도 저서와 비교하면 그 내용이 훨씬 보완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정치학과 미국에 대한 저자의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비판적 성찰과 성실한 공부, 명확한 전달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지금 시점(아직 1장 읽는 중…)에서 93년도 저서와 특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미국의 패권적 질서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어투이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의도는 다시 서문에 매우 명확하게 담겨 있다:
“세계질서의 구조와 향방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과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과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요청되는 이 같은 인식은 어떤 하나의 이념적 지표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념적 논란에서 한걸음 물러나 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전체상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의식은 단순이 어떤 하나의 학문적 영역이나 이론적 패러다임에 의해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이전에 출간된 저술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나는 미국과 세계에 관한 연구는 단순한 정치사나 외교사적 서술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리의 존재양식, 우리의 사유양식, 결국 우리 자신의 문명 그 자체에 대한 연구일 수밖에 없다. 또 그러한 성찰과 사색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고 인류가 이 역사적 시점에서 왜 이렇게 존재할 수 밖에 없는가, 그리고 우리 삶의 의미가 어떤 힘과 가치에 의하여 규정되고 변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자기탐색이다. 그것은 또 가깝고 먼 미래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양식, 우리가 가져야 할 세계와의 관계양식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문제제기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미국의 세계지배 문제를 10개의 주제의식을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를 통해 내가 의도하는 것은 20세기 세계질서와 그 안에서 미국의 지배적 역할의 본질과 내용에 대한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이해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21세기 세계평화의 문제에 이론적이며 실천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판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논리적 준거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서문 中,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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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새로운 세기의 다른 시작을 위하여│이삼성
제1장 세계질서와 미국의 패권
1. 현대 세계사에서 미국의 역할
2. 미국의 패권적 군사력과 군사동맹의 정치
3. 미국 패권의 경제학
4. 21세기에 미국의 패권은 계속될 것인가
5. 자유주의자들의 문화적 헤게모니론
6. 미국 패권의 다차원적 성격
7. 미국 패권의 경제적 기초는 쇠퇴했는가
8. 미국 패권의 전지구적 성격
9. 권력이행론과 미중관계의 미래
10. 패권은총 논리와 그 비판
11. 미국 정글자본주의의 역사적 기원
12. 미국의 패권과 미국의 민주주의
제2장 20세기 세계질서의 변동과 미국
1. 유럽의 세기에서 미국의 세기로
2. 19세기 말 독일의 통일과 유럽 세력균형의 붕괴
3. 제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세기의 암시
4. 제2차 세계대전과 세계질서의 변동
5. 냉전과 대서양동맹의 발전
6. 냉전시대 독일의 통일외교
7. 신냉전 속에서 빚어낸 독일의 미니 데탕트
8. 독일의 통일과 유럽, 그리고 미국
9. 탈냉전의 기원
10. 탈냉전과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11. 탈냉전세계의 대서양 군사동맹
12. 대서양동맹과 헌팅턴의 문명안보론
13. 유럽 통합의 지정학적 의미
14. 유럽의 군사적 통합과 그 동기
15. 중앙 아시아의 지경학,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16.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미국
제3장 미국의 세계인식과 외교시각
1. 이상이 아닌 현실권력, 고립이 아닌 팽창
2. 20세기 전반 미국의 외교노선:윌슨과 루스벨트
3. 전후 미국의 국제주의와 케넌의 봉쇄이론
4. 트루먼 독트린:봉쇄론의 세계화
5. 국제주의와 민족주의의 경쟁
6. 1950∼1960년대 초당적 합의:냉전적 국제주의
7. 베트남 전쟁과 초당적 외교이념의 붕괴
8. 베트남 전쟁 이후 1970∼1980년대 미국의 외교이념
9. 탈냉전시대 미국 외교의 흐름
10. 미국 외교시각의 새로운 인식과 분류
11.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와 현실주의적 국제주의
12.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13. 공화당의 외교시각과 일방주의
14. 인도적 개입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차이
15. 민주당과 공화당의 자유무역 국제주의
16. 미국의 외교노선 논쟁과 군사개입의 문제
17. 미국의 한반도정책과 한국의 정치 리더십
제4장 21세기 미국의 군사전력과 미사일 방어
1. 탈냉전시대에 다시 늘어가는 미국의 군사예산
2. 21세기 미국의 군사전략과 군비증강 구상
3. 2001년 군사예산과 탄도미사일방어체제
4. 미사일 방어의 논리적 기원:공포의 균형에 대한 불안
5. 레이건 정권의 전략방위계획과 그 역사적 유산
6. 부시 행정부와 미사일방어체제
7. 클리턴 행정부 초기의 미사일방어 구상
8.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 구상
9. 미국의 미사일방어 구상과 세계의 반응
10. NMD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차이
11.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와 동아시아의 평화위기
12. 기술력과 군사무기화:사회의 정치적 선택
제5장 미국의 핵전력과 지속되는 세계의 위기
1. 1983년에 나눈 어떤 대화의 기록
2. 인류가 처해온 핵의 위기
3. 냉전시대 갭 논쟁과 핵군비증강
4. 냉전시대 미국의 핵정책
5. 냉전시대 군비통제의 성격과 배경
6. 1960년대 군비통제:우주공간의 제한적 비군사화
7. 1970년대 전략무기제한협상:SALT I & II
8. 탈냉전의 핵군축:중거리핵폐기협정
9. 전술핵무기 폐기선언과 배경
10. 전략무기감축협상과 그 성격
11.2000년의 세계 핵무기 보유현황
12. 2000년대 미국의 핵감축의 한계
13. 핵확산금지조약의 조건과 거꾸로 가는 미국의 핵전략
14.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과 미국
15. '핵에 의한 평화'라는 명제를 비판하며
16. 핵위기 극복을 향한 역정:세계 비핵지대화 운동
제6장 20세기 세계의 인권과 미국
1. 홀로코스트와 미국 외교
2. 독일의 오스카 쉰들러, 일본의 스기하라 츠네
3. 반인류적 범죄와 국제법:제노사이드와 개인의 책임
4. 20세기 전반 제노사이드의 국제정치적 배경
5. 냉전시대의 반인류적 범죄
6. 탈냉전의 국제질서와 반인도적 범죄
7. 영화 「실종」의 진실
8. 칠레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
9. 미국의 칠레 공작과 처치위원회 조사보고서
10. 칠레 정치와 아옌데
11. 칠레에서 행해진 CIA 비밀공작
12. 미국의 군사 쿠데타 관련 활동
13. 미국의 칠레 경제파괴활동
14. 아옌데 정권 전복활동과 미국 자본
15. 군사 쿠데타 이후 미국의 칠레정책
16. 아옌데 정권 붕괴와 미국 개입의 역사적 의미
17. 피노셰에 대한 국제적 심판
18. 쿠바 혁명과 미국의 비밀공작
19.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정권에 대한 정치공작
20. 베트남 전쟁 기간 CIA 활동과 전쟁범죄
21. 미국 첩보활동과 비인간화의 구조:샤드린의 비극
22. 탈냉전과 미국의 파나마 침공 외교
23. 콜롬비아와 미국:21세기형 베트남이 될 것인가
24. 국제형사재판소와 미국
25. 유엔의 국제전범재판과 크메르 루즈
제7장 코소보 전쟁과 인도적 개입의 국제정치
1. 코소보 사태의 본질:국가 테러와 패권 테러의 중첩
2. 코소보 개입의 전략적 이해관계
3. 인도적 재난의 문제와 코소보 군사개입
4. 보스니아의 경험과 그것이 코소보 사태에 미친 영향
5. 코소보 사태의 내적 동인
6. 미국의 전쟁방식:국가 테러 위의 패권 테러
7. 인도적 위기 대응의 서방 독점과 대안의 질서
제8장 유엔과 미국
1. 탈냉전시대 유엔에 대한 기대와 실망
2. 19세기 유럽과 다자주의의 등장
3. 20세기 다자주의와 유엔의 조직원리
4. 유엔은 어디에 있었는가:르완다, 유엔 그리고 미국
5. 시에라리온의 비극과 유엔
6. 신국제질서에서 유엔의 현실적 위치는 어디인가
7. 이라크와 미국, 그리고 시녀로서의 유엔
8. 유엔을 통해서 행동한다는 것의 의미와 한계
9. 유엔 의사결정구조 개혁과 미국의 시각
10. 유엔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차이
11. 유엔의 평화유지활동과 미국
12. 유엔을 위한 변명
제9장 세계의 생태·환경위기와 미국
1. 근대문명 비판과 생태학적 문제의식
2.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과 과학, 그리고 정치
3. 환경의 국제정치경제와 남북 갈등, 그리고 타협
4. 국제환경법의 발전과 미국의 역할
5. 오존층 파괴와 국제협약, 그리고 미국의 오존 외교
6. 기후변화와 국제협약, 그리고 미국
7. 해양오염과 미국
8. 유독폐기물의 제3세계로의 이전
9. 환경자본과 녹색제국주의
10. 지구환경문제와 미국의 안보이익에 대한 인식
11. 전쟁과 환경 테러리즘, 그리고 미국 외교
12. 지속가능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하여
제10장 문명의 형이상학과 패권의 지정학
1. 헌팅턴의 문명충돌론과 신보수주의
2. 헌팅턴의 민주주의론 비판
3. 서양과 이슬람 그리고 문명의 허구
4. 동아시아질서와 미중갈등에 관한 문명론의 문제
5. 인종분쟁에 관한 문명론적 설명의 문제
6. 지정학적 현실주의와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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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제1장 세계질서와 미국의 패권
1. 현대 세계사에서 미국의 역할 2. 미국의 패권적 군사력과 군사동맹의 정치 3. 미국 패권의 경제학 4. 21세기에 미국의 패권은 계속될 것인가 5. 자유주의자들의 문화적 헤게모니론 6. 미국 패권의 다차원적 성격 7. 미국 패권의 경제적 기초는 쇠퇴했는가 8. 미국 패권의 전지구적 성격 9. 권력이행론과 미중관계의 미래 10. 패권은총 논리와 그 비판 11. 미국 정글자본주의의 역사적 기원 12. 미국의 패권과 미국의 민주주의 |
요약하기에 앞서, 저자는 이번 장에서 패권이란 단어의 뉘앙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헤게모니의 우리말 번역이 패권이어서 이 둘이 동일한 것임에도 그 뉘앙스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헤게모니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미국의 우월성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패권은 하나의 “강국이 무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자신의 뜻을 강제하는 측면에 집중하는 용어”로 비난하는 의미가 강하다.(45) 이러한 뉘앙스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을 패권이라 표현한다. 저자가 미국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해보자는 의도가 비춰지는 부분이다.
1. 현대 세계사에서 미국의 역할
저자가 지적하듯 현대 세계사에서 미국의 역할을 분석하고 이해하고자 한 시도들은 무수히 많았다: “많은 학자들이 오늘의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이 갖는 성격을 갖가지 개념들을 동원하여 설명하려 했다. 현실주의자들의 패권안정론에서부터 자유주의자들의 복합적 상호의존과 문화적 헤게모니의 개념,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신제국주의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패권을 바라보는 인식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22)
이렇게 다양한 논의 속에서 미국을 인식하는 가장 “적절하고 생산적인”(22) 시각으로 저자는 Theodore J. Lowi와 Benjamin Ginsberg가 1992년 저서 <American Government: Freedom and Power>(1992)에서 미국의 역할을 4 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것을 꼽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세계적 역할을 압축적이면서도 세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 1) 세계균형의 역할; 2) 경제 팽창주의의 역할, 3) 나폴레옹의 역할(Napoleonic role); 4) 신성동맹의 역할.
1) 세계균형의 역할
로위 & 긴스버그
로위와 긴스버그의 논의에 따르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이라는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전지구의 차원” 또는 “지역에서 패권적 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세력균형의 역할을 해왔다. 1914년~1918년에 걸친 1차 세계대전과 1939년~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특히 독일과 일본의 부상을 견제하고 좌절시킨 것이 바로 미국이 수행한 세력균형자의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저자의 첨언/지적: 패권적 지위/세력균형자의 이면
여기에 더불어 저자가 추가적으로 언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바로 로위와 긴스버그가 재고하지 않은 세력균형자 역할의 이면이다. 즉 한 국가가 세력균형의 역할을 통해 패권적 위치로 부상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독일과 일본의 패권장악 기도를 견제하고 좌절시킴으로써 스스로 패권국가로 부상했다. 단순한 세력균형의 회복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패권적 질서를 창출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결국 다른 형태의 세력균형 파괴의 성격도 갖는 셈이다.”(23)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급되는 것은:
- 세력균형의 논리와 패권주의 사이의 모호성: 저자가 이해한 모겐소의 말을 옮기며 “세력균형정책은 흔히 실제로는 균형이 아닌 우월성을 추구하는 세력균형파괴의 이데올로기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1](23)
- 균형자의 부절제와 그 파괴성: “균형자로서의 절제를 넘어 지배자로서의 야심을 갖고 그것을 지속적인 파괴적 군비투자로 뒷받침하기를 계속할 때 그것은 미국 혼자만의 야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 지역마다 다른 나라들을 자신이 주도하는 동맹체제에 편입시켜 자신의 패권전략에 동원하고 약소국들을 미국 패권전략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이것은 지역 내부 국가들 상호간의 공존과 협력이 아닌 갈등의 질서를 강화하게 된다.”(23-24)
2) 경제 팽창주의의 역할
로위 & 긴스버그
미국의 대외역할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어온 미국의 경제적 팽창욕구는 고대 로마나 중세 중국 제국과 달리 주변지역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지배에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미국의 경제질서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된다. 다른 사회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에 포함시킴으로써 과거의 군사적 정치적 지배는 필수적 요소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회들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지배 없이도, 세계에 대한 보다 완전한 지배를 일상화할 수 있다.”(25)
3) 나폴레옹의 역할
로위 & 긴스버그
이 4가지 분류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으로 로위와 긴스버그는 미국의 역할을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의 소산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열정적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구질서에 대항하여 신질서를 수립하고 주변 국가들의 자유주의적 정치변동을 이끈 나폴레옹의 역할에 비유하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유럽의 중심부에서 구체제(ancient regime)를 무너뜨리고 수립한 공화정치의 질서는 기존의 왕정과 귀족계급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전히 구체제에 남아있는 주변 국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이 주변국들은 곧 프랑스 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이것이 신질서와 구질서간의 군사적 충돌과 무엇보다 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민족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민족주의는 당시 유럽에선 처음 나타난 것으로 “새로운 군사력의 기초”와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의 창조에 “역사적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26). 저자의 말을 옮기면 당시 민중들은 “자신이 참가한 혁명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질서에서 비로소 민중은 국가권력을 자신과 동일시했고, 그러한 동일시가 민족주의라는 거대한 역사적 동력을 출현시켰다. 혁명을 지키기 위해서 민중은 국가 전쟁에 기꺼이 동참했고, 그 민족주의의 힘이 나폴레옹이라는 작은 인간을 알프스의 정상에 우뚝 선 거인, 하나의 신화적인 군사적 영웅으로 만들었던 셈이다.”(26) 이렇게 등장한 나폴레옹은 전쟁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결과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열정적 민족주의를 전파하는 충격적인 정치현상”(27)으로 유럽 전역에서 구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탄생시켰다.
이와 유사하게 20세기 후반 미국도 다른 나라에 정치적 변화를 돕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로위와 긴스버그의 주장이다 (이해관계 뿐만이 아니라 “진지한 관심”으로 그러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 그들은 주요 예로 1986년 2월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Ferdinand E. Marcos)와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통한 독재자 노리에가(Manuel Noreiga) 축출, 그리고 1990년 2월 니키라과의 산디니스타 사회주의 정권을 나열한다.
저자의 지적: 미국의 진정한 관심사
로위와 긴스버그가 설명한 위 목록들에 대하여 저자는 이러한 분석은 “지극히 제한적”(27)인 것이며, 위 세 가지 역사적 사건들은 모두 미국이 “이 나라들의 민주화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는 거리가 [먼]”(28) 경우들이라고 반박한다:
- 1986년 마르코스 정권 붕괴 당시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마지막까지 “충실한 지원자 역할”(28)을 하였으나 끝내 필리핀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과 봉기에 이러한 역할을 철회한 것.
- 1989년 12월 미국의 파나마 침공 또한 독재자인 노리에가를 몰아낸다기 보다 파나마 운하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갈등이 빚어지자 미국이 마약밀매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를 축출하여 미국의 법정에 세웠다는 것.
- 1990년 2월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에 대한 로위와 긴스버그의 해석은 특히 “단순하고 무책임한 것”이라 저자는 비판한다: “니카라과의 소모사 정권은 1979년 산디니스타 사회주의 혁명으로 몰락하기까지 중남미의 친미 독재정권의 대명사였다. 소모사 정권의 몰락을 지켜본 카터 행정부는 개입을 모색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레이건 행정부는 본격적으로 산디니스타 혁명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모사 독재정권 당시의 국가경비대 세력이 중심이 된 반군(Contras)을 지원해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경제제재를 가한다. 그로부터 여러 해 후인 1986년 말 레이건 행정부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반군을 지원한 사실이 폭로되자 군사작전은 중단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도 경제제재를 비롯한 각종 압박이 가해진다… 소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탈냉전의 시점에서 마침내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미국은 선거에서 산디니스타가 재집권하면 니카라과 경제는 파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니카라과의 어머니들은 결국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기 위하여 산디니스타를 버린다.”(29)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나폴레옹 역할에 부합하는 역사적 사례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위와 긴스버그가 분류하고 있는 미국의 나폴레옹 역할이 타당한 것은 저자가 인정한 바와 같이 미국이 “민주주의국가라는 그 성격 자체로 말미암아” “정치적 자유주의의 발전소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29) 저자의 지적과 로위와 긴스버그의 주장의 타협점으로 미국의 정치적 역할을 인정하되 이것이 미국이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적절해 보인다. 이는 저자가 주장해온 “‘미국의 존재’와 ‘미국의 행태’ 사이의 분리”(30)와 같다: “미국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은 세계를 상대로 미국인들, 특히 잘 조직화된 미국 이익집단들의 경제적이고 전략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세련된 다원주의적 메커니즘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의 시민이나 민중의 이익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세계시민주의의 메커니즘은 분명 아닌 것이다.”(30)
*미국의 ‘이데올로기적 역할’이라고 하면 더 적합한/수월한 분류가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미국의 존재 자체가 직접적 행위와 무관하게 다른 국가들에게 정치적 역할을 한다는 점, 나폴레옹 자체도 자유 평등 박애보다는 스스로 권위주의적 황제로 군림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적 역할’이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4) 신성동맹의 역할
신성동맹(Holy Alliance)은 1815년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의 구질서 구세력들이 연합하여 나폴레옹을 몰락하게 만든 동맹이다. 나폴레옹 몰락 이후 부르봉 왕정이 복고되면서 프랑스 또한 가담하였다. 즉, 당시 프랑스 혁명의 정치적 전파를 억누르고 구질서를 유지해낸 것이 바로 신성동맹의 역할이었다. 주요 특징으로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나폴레옹이 다른 나라의 정치적 변화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다른 나라의 혁명이나 민주적인 정치적 변화를 반대하고 봉쇄하기 위한 개입주의”였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적 억압, 정보활동, 사보타주, 그리고 노골적인 군사개입”이란 “공작수단”을 활용했다는 점이다.(32)
로위 & 긴스버그
신성동맹의 역할로 로위와 긴스버그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국제적 역할과 중동 국가들에 대한 무기수출을 예로 들었다:
- 1990년대 이라크가 유전지대 갈등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이 29개 국가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라는 하나의 신성동맹을 결성하여 50만 대군을 중동에 배치하였다는 점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 미국이 중동의 독재국가들에게 무기수출을 용인해왔다는 점 – 중동의 시대착오적인 보수 독재정권들이 국내 사회세력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 – “기존 보수질서를 유지하고 반체제적인 민중세력을 억제하는 것”(33)
저자의 첨언
저자는 제도화된 미국 중심 동맹정치의 사례들을 볼 때 로위와 긴스버그가 사용한 개념을 보다 광범하게 적용가능 하다고 설명한다: 유엔과 같은 국제안보기구,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미국의 역할, 그리고 지역적 군사동맹에서의 미국의 역할 (NATO와 양자군사동맹들).
또한 저자는 미국의 신성동맹 지도자로서의 역할 중 “핵심적으로 기억해야 할”(39) 부분은 미국의 개입으로 인한 민중에 대한 인권유린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어떠한 시각을 갖고 미국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이론적인 시각에서도 그 해석이 다양한데 예를 들어 “현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은 다같이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적 질서가 전지구적으로 경제적 안정과 군사적 안보라는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비판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성동맹의 질서는 각 사회의 부유하고 권력있는 기득권집단들 사이의 공영의 질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패권유지를 위한 인류자원의 파괴적 낭비, 부국과 빈국,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간극을 유지하고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40)
결론적으로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이러한 비판적 인식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2. 미국의 패권적 군사력과 군사동맹의 정치
1) 패권적 군사력의 수준
패권국가가 갖추어야 하는 군사력은 어느 정도일까?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코헤인의 시각을 소개한다: 저명한 저서 <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1984)에서 코헤인은 헤게모니적 권력이라고 해서 세계 전체에 대한 군사력은 필요 없다고 보았다. 과거 영국과 미국이 전세계적 군사적 지배를 달성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세계의 주요 경제활동 지역에 대해 패권국가의 접근을 막는 다른 나라들의 도전을 물리치는 데 충분한 군사능력”을 갖추면 되는 것이다.[2]
2) 패권적 군사력과 2001년 미 군사예산
전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는 필요 없더라도 패권국은 군사적 우월성을 유지한다. 이 부분은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인 2001년 세계 주요국가들의 군사예산을 비교한 부분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2001년 당시 미국 군사예산과 세계 기타 지역들과의 비교이다: “2001년도 미국 군사예산 3,054억 달러는 러시아 군사예산의 5배에 달한다. 미국은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북한, 수단, 시리아 등 7개 나라를 ‘일탈국가’(rogue states)로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 군사예산은 이들 7개 나라 모두가 군사예산을 합한 것의 22배에 달한다.”(41)
3) 패권의 정치적 조건: 군사동맹의 정치학
하지만 이러한 군사적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패권국가는 없다. 즉, 패권 중심의 질서가 유지되는 데에는 그에 대한 정치적 합의 등 군사력의 우월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이 있다는 것이다: 길핀[3]과 같은 신현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자 레닌의제국주의론으로부터 이러한 세력교체의 원인을 국가들간의 불균등성장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뿐만 아니라 패권으로서의 정치적 조건은 바로 “동맹의 정치”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어떤 동맹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부상국가로부터의 도전이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소련의 동맹이 없었다면 독일이 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 등이다 – 한 국가의 힘 뿐만이 아니라 동맹의 정치가 중요하다). 따라서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한 분석 외에도 미국 주도 동맹질서의 정치사회적 역사문화적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3. 미국 패권의 경제학
1) 패권의 정치경제적 차원
저자는 가장 먼저 과거 제국체제와의 차이점을 주목하는데, 이는 바로 헤게모니는 “근현대 국제질서의 특징”(45)인 “국민국가체제”(45)와 “산업혁명과 연관된 기술적 진보”의 차이를 통한 “국가들간의 권력배분”(45)을 바탕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현대의 헤게모니는 단순한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패권안정론은 4가지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패권의 기초라고 주장했다: 원료에 대한 통제력, 자본의 원천에 대한 통제력, 시장에 대한 통제력, 그리고 고부가가치상품 생산에서의 경쟁력. 이마뉴엘 월러스틴도 마찬가지로 헤게모니를 물질적 자원의 차원에서 정의하며 헤게모니란 “한 핵심국가(core state)의 상품들이 생산효율성이 월등히 높아서 그것들이 다른 핵심국가들에서조차 경쟁력을 갖고 그 결과 그 나라가 최대한 자유로운 세계시장의 일차적인 수혜자가 되는 상태”라고 하였다.
2) 패권의 경제적 조건과 정치군사적 계기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지적하길 이러한 기술적 진보나 경제력의 발전과 같은 헤게모니의 필수조건은 “특정한 개인이나 특정한 정치세력의 희망과는 상관없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정에 가깝다.”(47) 반면에 군사적 우월성의 부분은 “특정한 정치군사적 사건을 계기로 당시 지배 엘리트이 정치적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48)으로 패권의 등장은 이러한 정치군사적 계기가 필수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예 –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경재력은 이미 전쟁 이전에 영국의 패권 대체): “미국의 경제력 발전 그 자체가 자동적으로 세계경영에의 의지와 그것에 필요한 조직적·지적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세계경영을 향한 야망을 촉구하는 정치적·군사적 계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자신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재구성하는 청사진을 세우며, 이를 위해서 정치적·군사적 투자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49)
3) 미국 패권의 경제적 특성
저자는 코헤인의 저서를 인용하며 설명하길 미국 헤게모니와 영국 헤게모니의 차이는 경제적 특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크게 3가지가 언급된다: 첫째, 영국은 분명 다른 국가들보다 경제적 우월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둘째, 무엇보다 영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정치군사적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과 달리 미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모두 미국의 동맹국인 특성을 보인다; 셋째, 영국은 상당부분 식민지-공식제국체제를 통한 경제적 우월성을 누린 것과 달리 미국은 그러한 제국체제 없이도 국제자유경쟁시장이란 틀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모두 미국의 헤게모니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저자는 강조한다.
4) 패권의 경제적 근거와 국가전략
“필자는 앞서 헤게모니 확립의 군사정치적 계기는 특정한 시간적 계기가 있으나, 패권국가의 물적 토대인 경제력의 팽창과 경쟁력 유지는 특정시점의 특정정치권력집단의 의사와는 무관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헤게모니 국가의 경제력과 그 경쟁력 유지는 국가권력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기획과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러한 요소들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패권적 국제경쟁력은 완전한 시장질서의 결과로만은 볼 수는 없다. 국가의 전략적인 개입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50)
“…20세기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경제분야에서 순수한 시장기능에 맡긴 결과가 아니라 시장과 국가의 밀접한 결탁에 기초한 것이었듯이, 21세기에도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에서 국가의 시장개입이라는 메커니즘은 중요한 결정적 요소로 남을 것이다.”(51)
4. 21세기에 미국의 패권은 계속될 것인가?
패권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 이후 질문해야 할 것은 바로 요즘에도 여전히 뜨거운 토픽인 과연 현재 미국의 패권은 지속될 수 있는 것 인가이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저자는 1장의 마지막 절까지 미국의 쇠퇴론과 그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한 시각을 소개한다. 이번 절에선 가장 먼저 길핀의 전망을 소개한다. 길핀에 따르면 “미국 헤게모니가 상대적인 쇠퇴를 보임에 따라 전후세계의 경제적 팽창을 유지해온 안정된 정치적 틀이 심각하게 훼손된 가운데, 보호주의가 증가하고 통화문제가 불안정해졌으며,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었다.”[4] 하지만 또 하나의 안정된 질서가 나타나기 까지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전쟁을 거치며 탄생해야하는데 (길핀의 패권안정론) 핵무기시대인 오늘날은 이러한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안적인 변화의 메커니즘이 있는 것도 아니며, 경제적 리더십의 역할을 떠맡을 다른 명백한 후보자들도 존재하지 않는다.”[5] 결론적으로 길핀은 앞으로는 중상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질서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5. 자유주의자들의 문화적 헤게모니론
역시나 이러한 길핀의 전망은 여러 가지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저자는 이번 절에서 자유주의적 제도주의자인 코헤인의 시각, 이른바 ‘세련된 패권안정론,’ 기존의 패권안정론을 수정한 논리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위 질문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보여준다. 자유주의자들이라 칭하는 이들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헤게모니의 성격과 구성요소를 달리 파악하여 이후의 국제질서에도 미국의 리더십 아래 국제질서에서 평화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 시각이다.
1) 조지프 나이와 로버트 코헤인
가장 먼저 조지프 나이와 로버트 코헤인의 시각을 소개한다: 나이의 연성권력론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패권이 쇠퇴하더라도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이다. 코헤인은 국제규범과 규칙 국제레짐에 의해 형성된 미국의 헤게모니적 존재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리더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제도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 이후’/탈패권(After Hegemony)의 국제질서에서도 평화와 협력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 전망했다.
- Antonio Gramsci’s Cultural Hegemony
무엇보다 이 두 학자 모두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cultural hegemony)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코헤인은 현실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헤게모니’를 거의 전적으로 물질주의적인 개념으로 사고하는 것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그람시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ideological hegemony) 개념을 끌어들였다: “현실주의자의 헤게모니 개념은 사실성 순전한 지배(sheer dominance)의 개념이다. 월러스틴 같은 대부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헤게모니 개념 역시 현실주의자들의 ‘지배로서의 헤게모니’ 개념에 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개념을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은 이데올로기적·문화적 내용을 중시한다. 그래서 헤게모니를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고 코헤인은 평가한다.”(55-56)
- Keohane’s Logic and Robert Cox’s Contribution: 정치, 문화, 이데올로기라는 상부구조와 자발적 동의…
코헤인은 이와 같은 전망에서 끌어들인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론은 로버트 콕스에서 수용했다고 한다. 콕스는 저자가 설명하듯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에 바탕을 둔 국제정치이론”(56)을 편 학자다. 보다 구체적으로 로버트 콕스는 신마르크스주의자인데, 신마르크스주의란 저자가 설명하듯 “소련의 공식이데올로기로서의 교조적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발전”(56)한 것이다: 신마르크수주의는 교조적 마르크수주의가 모든 원인을 경제적 차원을 통해 인식하는 “경제환원론(economic reductionism)이나 경제결정론(economic determinism)”(56)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콕스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이 경제적 차원뿐만이 아니라 정치, 문화, 이데올로기라는 상부구조의 요소들을 패권을 구성하는 기초로 이해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56) “콕스에 따르면, 객관적인 물질적 힘과 윤리·정치적 사상의 통일이 그람시의 헤게모니 사상의 요체다. 마르크수주의적 용어로 말하면 구조와 상부구조의 통일이다. 권력은 생산과정에 대한 지배력이라는 경제 하부토대에 기초한다. 그러나 그 지배력이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합리화되어 있을 때, 그람시가 말하는 헤게모니가 성립한다.”(57) 즉, 헤게모니적 세계질서/구조는 패권국과 기타국들 사이 자발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질서를 말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인 콕스와 비마르크스주의자인 코헤인(자유주의자)이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가져오는 이유는 바로 헤게모니의 본질을 군사력-경제력 중심의 사고 밖에서 찾고자 한 노력이었다. 콕스는 마르크스주의의 경제결정론을 극복하기 위해 그람시에 주목했다면 코헤인은 현실주의의 군사적-경제력 중심의 시각을 극복하고자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수용한 것이다.
- Keohane’s Refined Version of the Hegemonic Stability Theory
궁극적으로 콕스를 통해 가져오는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의 개념은 코헤인의 패권안정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과거 현실주의자들의 전쟁결정론적인 시각과 비교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코헤인의 전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말 현재 질서가 자발적 협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이다. 앞서 언급된 여러 독재정권들과 제3세계의 자본주의진영 영향아래 놓인 국가들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평가”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발적 동의가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론과 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수용”(59)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전반적 평가이다.
2) 미국 패권의 정치사회적 기초: 헌팅턴
새뮤얼 헌팅턴은 무엇보다 미국 사회의 “활력”이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미국의 쇠퇴를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자유로운 경쟁의 가치와 사회적 유동성(계층이동과 직업이동)을 미국 사회의 우월한 점으로 꼽았다.[6]
3) 정치적 다원주의와 패권의 장기적 지속: 존 아이켄베리
아이켄베리는 결국 “미국이 구축한 패권적 질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성격, 즉 개방적이고 투명한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체라는 국가성격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자발적 참여를 선택하게 되며, 그처럼 미국이 주도하여 구축한 국제질서와 제도에 정통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물질적 힘의 쇠퇴와 상관없이 그 질서가 지속성을 띠에 된다는 주장이다.”(65) 아이켄베리는 특히 미국의 ‘전략적 절제’(strategic restraint)와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초한 정치사회적 국가성격이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미국의 패권적 질서에 정통성(legitimacy)과 지속성(durability)을 부여하는 것이라 주장했다.[7]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님을 저자는 지적한다. 앞서 소개된 콕스와 코헤인의 주장이 기초하고 있는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6. 미국 패권의 다차원적 성격
헌팅턴의 전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헌팅턴은 미국의 정치사회적 우월성을 크게 세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찾았다. 첫째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차원적인 요소들이 미국의 힘의 원천이 된다는 주장이다: 인구, 교육수준, 자원, 경제발전, 정치사회적 발전, 군사력, 이데올로기, 외교력, 기술력 등이다. 둘째, 지리적-지정학적 요소로 세계분쟁지역들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미국을 대체할 대안국가가 없다는 점이다. 단 헌팅턴은 유럽공동체가 만약 정치적으로도 통합될 경우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7. 미국 패권의 경제적 기초는 쇠퇴했는가
1) 오간스키와 제2의 미국의 세기
미국의 쇠퇴론을 반박한 또 다른 저명한 학자는 오간스키이다. 오간스키는 1989년 이후를 “신국제질서”라고 지정하고 이 질서 또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제2의 미국의 세기,” 균형된 안정(equilibrium)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8] 오간스키는 양극질서를 주장한 왈츠와 달리 미국은 냉전시대나 지금이나 다같이 실질적인 권력배분의 측면에서는 단극체제라고 주장한 학자이다.
2) 미국 패권의 재정경제학: 마틴 워커
마틴 워커도 미국의 경제적 쇠퇴는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무엇보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부담스러운 정도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요 근거는 1990년대 당시 2,500억 달러 안팎이었던 국방비는 과거 역사적 사례인 영국의 대영제국시대의 제해권과 로마제국의 전성기 때의 군사력 모두를 확보하는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비용은 국민총생산의 4%밖에 안되는 것으로 진주만 공격을 받은 미국이 군사력을 확충하기 이전인 1940년 이후 가장 적은 국방비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폴 케네디 등 쇠퇴론자들이 주장하는 헤게모니 비용의 부담은 설득력을 잃는다는 결론이다. 추가적으로 미국 동맹국들이 해외주둔비용을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9]
8. 미국 패권의 전지구적 성격
1)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연합은 가능한가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쇠퇴 가능성과 관련하여 이러한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무엇인가?저자가 인용한 마틴 워커의 경우 도전연합의 가능성으로 크게 3가지를 지목하였다: 첫째는 러시아의 민족주의나 공산주의의 부활, 둘째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도전, 셋째는 중국이다. 이 세 가지가 연합하지 않는 이상 미국에 도전하여 위협적인 세력은 없을 것이란 것이 전반적인 전망이다. 이렇게 낙관적인 시각의 바탕엔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불신하는 관계라는 점, 이슬람 근본주의의 다원성, 무엇보다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의 역할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2) 탈냉전시대 신국제질서에서 미국 패권의 전지구적 성격
브레진스키는 탈냉전시대의 미국을 가리켜 예외적인 ‘전지구적 패권(global primacy)” 지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과거 다른 패권국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오늘날 미국의 세계권력이 미치고 있는 정도와 범위는 단연 독보적인 거이다. 오늘날 미국은 전세계의 모든 해양과 바다를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륙 양면에 걸쳐 해안을 통제할 수 있는 군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점은 내륙으로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군사력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단과 서단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페르시아 만을 통제하고 있다…… 워싱턴과의 더욱 공식적인 유대를 통해 (미국의 영향권에) 포섭되기를 열망하는 미국의 속국과 조공국이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산재해 있다.”[10]
이러한 독보적인 미국의 지위의 원천은 크게 4가지가 있다고 브레진스키는 주장했다: 첫째,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 둘째 경제적 우월성, 셋째, 기술혁신분야의 우월성, 넷째 “문화적 호소력.” 바로 “이 네 가지의 결합이 미국을 종합적인 의미에서 유일한 세계 초강국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11]
브레진스키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브루스 러셋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한다.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미국이 군사적 차원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실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미국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러셋은 탈냉전시대 미국을 ‘제한적인 일극적 패권’(limited unipolar hegemony)으로 보아야 적합하다고 주장했다.[12]
9. 권력이행론과 미중관계의 미래
이렇게 미국의 패권을 지속시킬 수 있는 미국 패권의 다차원성과 별개로 불균등성장으로 통해 패권의 교체가 필연적이라 본 현실주의자들에겐 이러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권력이행론자들의 논의 또한 다뤄야 한다고 설명하며 렘키와 헌팅턴의 시각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우선 권력이행론이란 강대국간에 전쟁이 벌어질지 여부는 기존의 패권국가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상국가의 국력이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즉, 두 가지 필요조건으로 기존 패권국과 부상국가의 “힘의 균형(parity)” 상태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고, 또한 부상국가가 기존의 질서에 대한 불만(challenger dissatisfaction)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13]
그렇다면 미중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평화적인 미중간의 권력이행은 중국이 기존 미국중심의 국제질서를 호혜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만족한 국가군’(satisfied coalition of states)에 속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따라서 미중 간 물질적 세력의 변화가 필연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렘키의 보다 낙관적이고 유연한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미중관계의 변화를 문화적 이질성에 대한 충돌로 이해한 것으로 미래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다.
이들 렘키와 헌팅턴의 논의와 앞서 소개된 자유주의자들의 문화적 헤게모니(그람시의 개념을 콕스, 코헤인, 나이 등이 끌어와 이해하는 것)와 신현실주의자들의 시각을 종합하여 볼 때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과 그 폭력성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10. 패권은총 논리와 그 비판
저자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국제질서에서의 헤게모니 국가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헤게모니 국가가 국제질서에서 갖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 중심에 대한 한가지 핵심 시각은 바로 미국이란 패권국의 은총론에 기반한다.
이를 소개하기 위하여 저자는 가장 먼저 킨들버거[14]와 길핀[15] 등 1970년대와 1980년대 걸쳐 신현실주의자들이 주장한 패권안정론(theory of hegemonic stability)을 예로 드는데, 이는 크게 3가지 핵심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세계역사는 패권제국들의 흥망성쇠의 순환론적인 역사라는 것; 둘째, 헤게모니체제는 개방적이고 안정된 세계체제를 유지하는데 최적의 요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 (패권은총-hegemonic benevolence[16]); 셋째 패권국의 교체는 폭력적 충돌을 통해 이루어진 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자유무역체제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 미국의 은총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역시 저자가 이어 소개하고 있는 크레이스너, 스트레인지, 로슨, 갈라거와 로빈슨 등이 시사하듯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성공적인 반박의 사례들이 있다:
- 크레이스너 – 3가지 반박의 예: 첫째, 1900~1913년 영국의 헤게모니가 독일에 의해 도전을 받았던 시기인 다극적인 상황에도 자유무역은 쇠퇴하지 않았다; 둘째,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 미국이 지배권력을 행사했던 시기지만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주의가 강력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 시기를 패권의 공백기라 본다 – 코헤인); 셋째, 미국의 헤게모니가 상대적으로 쇠퇴한 1960년대 이후 개방성이 증가했다.[17]
- 스트레인지: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헤게모니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불황이나 생산력 과잉 등 다른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 따라서 자유무역의 증대와 미국의 패권역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18]
- 로슨: “자유무역은 헤게모니체제보다 경쟁적인 조건에서 더 발전한다.”[19]
- 갈라거와 로빈슨: “자유무역이라는 것 역시 중상주의적인 직접적 식민지배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국가가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선택한 방법”[20] – 자유무역 제국주의라 칭하고 즉 헤게모니 국가가 자동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궁극적으로 이런 논의들을 주목한다면 저자가 결론짓길, 패권의 은총론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하는 것이며 오히려 데이비드 캘리오와 같은 학자들이 주장한 패권국의 착취론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21]
11. 미국 정글자본주의의 역사적 기원
헌팅턴이 주장하듯 미국 패권의 지속성이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성에서 오는 것이라면 미국의 패권은 “미국 자본주의의 남다른 정글적 성격(jungle capitalism)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는 “곧 노동계층과 소외계층에 대해 사회적 보장을 비롯한 보호막을 제거함으로써, 그들을 언제라도 산업예비군으로 착취할 수 있는 사회경제체제를 의미한다.”(87) 이러한 정글성을 바탕으로 지속되는 패권이 과연 은총일까?
또한 이렇게 보다 정글적인 자본주의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으로 저자는 번함의 주장을 소개하다: 바로 미국의 역사적 상황에 기인한다는 것으로, 미국은 유럽과 달리 계급적 기초를 가진 정치세력이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에 형성된 것이란 주장이다. 무엇보다 오늘날까지 사회계급에 기초한 정당체제가 발전되지 않고 주변 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중산층적이다.[22] 또한 공화-민주 양당 모두 최대한의 사기업의 자율성과 최소한의 정부개입에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정당정치는 사회계층에 따른 수직적 갈등(vertical conflict)에 기초하지 않고 비계급적 요인들인 수평적 갈등(horizontal cleavage)들에 의하여 지배되어왔다.”(89)
1) 봉건적 과거의 부재: 마르크스와 엥겔스, 좀바르트의 해석
2) 동질성의 문화적 결정론: 루이 하츠
3) 미국 노동계급 형성과정의 역사적 특수성: 이라 카츠넬슨
4) 미국 노동운동의 내적 분열과 전략적 실패: 마이크 데이비스
12. 미국의 패권과 미국의 민주주의
이번 장의 마지막 절로 저자는 미국의 패권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패권적 질서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한 패권은총론을 중심으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민주주의를 달성한 미국은 인류사에서의 발전 등으로 “유리한 이데올로기적 흡입력”(106)이 있다. 특히 이러한 다원주의적인 민주적 질서가 비민주적 질서보다 우월하다는 것, 또한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들에 있어선 미국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행위의 불일치경우, 즉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 메커니즘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은 반민주적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미국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총체적 부정으로 바라보는 것의 집합인 “비판적 긍정” 또는 “긍정적 부정”(105)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1] Hans Morgenthau, Revised by Kenneth W. Thompson, Politics among Nations: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 McGraw-Hill, Sixth Edition, 1985, pp. 227-233.
[2] Robert O. Keohane, 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4, p. 40.
[4] R. Gilpin, The Political Economy of International Relation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7, p. 379.
[5] R. Gilpin, The Political Economy of International Relation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7, p. 351.
[6] Samuel P. Huntington, “The United States: Decline or Renewal?,” Adelphi Paper 235, 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1989, pp. 72-73.
[7] G. John Ikenberry, “Institutions, Strategic Restraint, and the Persistence of American Postwar Order,” International Security, Vol. 23, No. 3, Winter 1998/99,
[8] A.F.K. Organski and Marina Arbetman, “The Second American Century: The New International Order,” in William Zimmerman and Harold K. Jacobson, eds., Behavior, Culture, and Conflict in World Politics,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93, p. 99.
[9] Martin Walker, “The New American Hegemony,” World Policy Journal, Summer, 1996, pp. 13-21.
[10]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거대한 체스판>, 삼인, 2000, 42쪽.
[11]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거대한 체스판>, 삼인, 2000, 43쪽.
[12] Bruce Russett and Harvey Starr, World Politics: Menu for Choice, Fifth Edition, W.H. Freeman, 1996, p. 99.
[13] Doughlas Lemke, “The Continuation of History: Power Transition Theory and the End of the Cold War,” Journal of Peace Research, Vol. 34, No. 1, 1997, p. 25.
[14] Charles Kindleberger, The World in Depression, 1929-39,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3, p. 305. – “세계 경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안정자(stabilizer), 특히 하나의 안정자가 있어야 한다.”
[15] 저자가 요약하길, 길핀은 킨들버거의 주장에 이어 “팍스 브리태니커와 팍스 아메리카는 팍스 로마나와 같이상대적 평화와 안보를 누리는 국제체제를 확보하였다. 영국과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의 규범을 창조하고 집행했다” – 패권안정론을 일반화 - Robert Keohane, 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4, p. 31.
[16] 길핀이 패권이론을 체계화하며 한 주요 주장으로 패권적 국가는 자유무역체제를 뒷받침하고, 이러한 패권국을 통해 전파되는 자유무역은 곧 다른 나라의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패권국가가 나타나고 기존의 패권국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게 되는, 즉 패권국의 은혜로운 자기 희생이라는 논리이다.
[17] Stephen Krasner, “State Power and the Structure of International Trade,” World Politics, Vol. 28, April 1976, pp. 338-343.
[18] Susan Strange, “The Persistent Myth of Lost Hegemony,”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41, Autumn, 1987, pp. 559-562.
[19] Fred Lawson, “Hegemony and the Structure of International Trade Reassessed,”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37, Spring 1983, p. 330.
[20] John Gallagher and Ronard Robinson, “The Imperialism of Free Trade,” The Economic History Review, Vol. 6, 1953, p. 9.
[21] David Calleo, Beyond American Hegemony: The Future of the Western Alliance, Basic Books, 1987, pp. 82-108.
[22] Walter Dean Burnham, The Current Crisis in American Politics, Oxford University Press, 1982,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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