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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Thoughts

자동차

주차장에 잘 세워둔 차 앞부분이 박살이 나버렸다 (다행히 아는 분이여서 뺑소니가 아니다).

우리 학교건물 앞에 넓직한 주차장이 있는데 낮에는 strictly 교수님과 손님들이 사용하는 주차장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외부인들은 갓길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갓길 주차라고 나쁜 건 아니다). 갓길 주차 중에도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리가 하나 있는데 여기는 제일 일찍 오지 않으면 못세우는 자리다. 그래서 가끔 늑장부리다가 이 자리에 못 세우는 날이면 항상 저녁시간 쯤 건물앞 주차장으로 이동해 둔다. 괜히 재수없게 뺑소니 당할까봐... 특히 요즘 같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시기엔 더더욱이...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일찍 집을 나서지 못한 것이 잘못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끼워졌나.

참 묘한 것이, 어제 같이 점심을 먹은 후배가 90년대 상영한 sliding doors라는 영화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 티비에서 틀어줬다고 하니 아마 여기 없어서 나는 못봤나보다. 내용은 한 여자가 지하철 문이 닫히는 사이에 골인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삶이 180도 다르게 전개된다는 내용이었다. 닫히는 문 사이로 골인하여 집에 계획대로 도착한 여자는 자신의 집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집안이 파탄나 버린다. 이후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을 놓치고 15분 늦게 집에 도착한 여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모른채 삶이 이어지는데, 그렇게 점점 결혼생활이 보다 불완전해지는 뭐 그런 내용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남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라고 하는데 음 정확한 내용은 주말에 한번 기회가 될 때 봐야겠다.

벌써 2년전이 되어가는 졸업식 스피치에서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만큼은 내심 그래도 앞으로의 인생은 이전 보다는 나의 계획에 따라 잘 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오만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엔 기상천외한 일이 많다. 남들만의 일일 것이라 여겼던 것들도 이제 하나 둘 나의 일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이런 것이 바로 나이가 드는 것일까, 죽음이란 것 마져도 그리 멀지 않게 나에게도 다가오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특별한 것 같지만 참 무의미한 것이 내 인생, “독행천리(獨行千里), 일생일거(一生一去). 홀로 걸어 천리 길, 한 번 나고 한 번 가네”(이중섭).

노란 리본을 날리며 공장으로 끌려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건 망가진 부분을 고치고 끈기를 갖고 악착같이 이 터널 끝까지 버텨내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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