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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번역의 중요성

[생각]Thoughts 2015. 6. 24. 11:05

"원문의 섬세한 뜻을 잘 살려 번역하려면 원래 맥락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2013년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뀐 행정안전부가 기획하고 한국방송이 제작한 애국가 영상의 2절을 보면 '남산 위의 저 소나무'의 배경으로 서울타워가 있는 남산이 나온다. 이건 남산이라는 원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애국가에 나온 남산은 고유한 명칭인 서울 남산이 아니라 어느 고장에 있는 야트막한 앞산(보통 명사)를 가리키기 때문이다."(85)


"섣부른 추측이 초래하는 결과는 대개 좋지 않았다. 2011년에 목포 유달산 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산 중턱에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에는 1935년 음반을 처음 낼 당시 노랫말과 1965년 이후 바뀐 노랫말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1935년 취입 당시:   삼백련 원안풍((三栢淵 願安風)은 로적봉 밋헤...

1965년 이후: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바뀐 가사를 보며 나느느 우너래 가사를 부리기 편한 대로 고쳐 버린 사람들의 무성의함과 천박함을 나무랐다. 아마도 동백나무 세 그루가 있는 연못에 부는 산들바람을 표현한 듯한 '삼백련 원안풍'을 원래 가사 그대로 불러야 하는데 그저 대강 들리는 대로 '삼백 년 원한 품은' 이라고 함부로 추측하는 건 창작자에게 누를 끼치는 일 아닌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 표준어의 환경이 점차 오염되는 것과 무척 비슷해 보였다... 정보가 믿을 만한지 확인하다가 아뿔싸,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되었다.

목포의 눈물은 임진왜란 시기까지 올라가야 그 의미를 드러낸다. 충무공 이순신은 수가 적은 아군 병력으로 대부대인 왜구를 막아 내기 위안 묘안을 냈다... 삼백 년 후 조선에는 일제 강점이라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 슬픈 역사를 애절한 목소리로 전한 가수가 이난영이다. 일제는 이 노래를 지은 작사가를 소환해 취조했는데 검열을 피하려고 작사가는 해당 구절이 건전한 내용을 지닌 '삼백련 원안풍'이라고 주장했고 검열을 통과한 공식 가사도 그렇게 확정됐다. 그렇지만 조선 사람 어느 누구도 그 대목을 '삼백련 원안풍'으로 듣거나 부르지 않았다. 갖은 악조건을 딛고 노래 창작자와 청중은 의사소통을 온전하게 완수했다."(114-115)


이강룡(2014)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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