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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Research

[제주평화연구원-JPI PeaceNet] 일본의 방위산업은 부활하는가? (2015.9.22)

링크: http://www.jpi.or.kr/kor/regular/policy_view.sky?code=archive&id=5438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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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차세대의 목소리'는 젊은 세대들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평화와 안보문제를 살펴보고, 갈등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는 JPI PeaceNet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차세대의 목소리
 
일본의 방위산업은 부활하는가?:
무기수출금지 기조의 수정과 일본 평화주의의 미래

 

 조비연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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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일, 일본 아베정부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제정하였다. 이번 ‘새로운 3원칙’은 간략히 말해 1967년 사토 내각 당시 전후 평화주의의 표상으로 일본의 무기수출을 억제하기 위해 제정된 ‘무기수출 3원칙’을 수정한 것이다. 이는 ‘무기수출 3원칙’ 제정 이후 처음으로 2011년 노다 내각에서 일본의 무기수출금지 기조에 예외적 조치를 취한 ‘방위장비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국내에서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두고 일본 군수산업의 ‘부활’, ‘빗장’풀린 일본의 무기수출(서정환 2014), 방위산업에 ‘날개’(YTN 2014), ‘신호탄’(조기원 2014), 무엇보다 일본의 재무장 또는 군사대국화를 향한 ‘음모’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국외에서도 유사하게 일본의 ‘평화주의를 역행하는 것’(Japan Press Weekly 2013 Fackler 2014 Kallender-Umezu 2014), ‘위험한 징조’(Global Times 2014)라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국제적 우려를 사고 있는 아베정부의 역사수정주의와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안 처리 등과 맞물리면서, 일본의 방위산업 활성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는 타당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2010년대 일본의 무기수출정책의 변화과정은 좁은 내수시장과 정부의 들쑥날쑥한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방산활동을 유지해오던 일본 기업들의 수출규제 완화 요청이 현실화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면서, 2014년의 ‘새로운 3원칙’을 기점으로 이들의 국제무기시장 진출은 당연시되고 있다. 

 

‘새로운 3원칙’에 대한 전망이 실제 일본의 방산업계의 모습과 일치하는가?

   기존의 국내외 연구들과 언론보도들은 일본의 방산기업들의 실제 변화 추이보다는 이번 정책 변화에 대한 국내외적 배경과 함의 분석에 국한되고, 정책 변화의 당사자인 방산기업들의 행태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중심적’ 시각을 통해 알 수 있는 이번 정책 변화의 함의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방산기업들에게 무기수출에 대한 ‘빗장’이 열리고, 이러한 ‘신호탄’에 따라 방산기업들이 국제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획일적인 평가와 다르게, 이들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주요 방산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새로운 3원칙’과는 별개로 여전히 ‘이익 창출’이라는 기업적 마인드, ‘합리성(rationality)’을 중심으로 세계무기시장 진출에 대해 ‘위험 기피적’이고, 이를 ‘주저’하고 있으며, 오히려 무기수출을 위한 조직개편이나 R&D투자집중, 기술특화보다는 무기기술의 상업화 방안에 집중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특히 아베정부의 무기기술개발에 대한 재정 지원의 불투명성이라는 국내적 요인과 국제무기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국외적 위험요인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일본 방산기업들의 전략은 다각화되어 나타난다(Jo 2015). 

   지면의 제약으로 모든 연구 결과를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례로 일본의 최대 방산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11년 노다내각의 ‘방위장비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기점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의 2010-2012년 연례보고서들을 보면, 군수생산 활성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나타난다. 2012년 연례보고서의 경우 이전까지 여러 산업분야에 분산되어 있었던 군수품들을 ‘방위와 항공우주 산업’이라는 독립된 항목으로 재편한 것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무기수출금지 규제의 완화에 대비할 것’이란 기대 섞인 어조를 드러낸다. 그러나 2013-2014년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전방위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특정 기업들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선호하고, 기업들에게는 스스로 ‘군수품의 민수적 활용’을 여전히 요구한다는 점에서(일본방위백서 2013, 2014), 2014년 미쓰비시중공업의 연례보고서는 이례적으로 이러한 일본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에 대하여 ‘느릿느릿 또는 부진’하다는 비판적인 표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10년대 초반의 기대감과 달리 2014년 연례보고서는 국제무기시장에서의 낮은 비교우위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진출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로 일본이 항공자위대에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 F-35를 들 수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미쓰비시전기, IHI와 공동으로 2013년부터 국제공동 생산체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조금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중공업에게 약 640억 엔의 보조금을 제안했으나, 공동개발에 대한 경험부족에 따른 부담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이 재차 약 100억엔의 추가 보조금을 요청했고, 이를 일본 정부가 거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BAE에 2015년까지 생산·이전하기로 한 F-35의 기체생산은 지연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회장 히데아키 오미야는 2014년 10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정부가 먼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미쓰비시중공업이 먼저 자발적으로 군수산업을 육성하거나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International Business Times 2014). 

  미쓰비시중공업이 카와사키중공업과 합작·생산하기로 한 소류급(Soryu-class) 잠수함도 유사한 사례이다. 현재 호주, 태국, 인도, 필리핀 등 여러 국가들이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 카와사키중공업의 관계자는 이런 국제사업의 위험요인을 강조한다. 특히 이러한 대형장비의 수출에 따른 해외 관련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기존 잠수함들이 주로 20년까지의 생명주기로 운영되어 온 것과 달리 해외의 경우, 보다 긴 운항수명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부품 수리 및 교체에 소요되는 국제적 활동에 대한 우려가 현저히 크다(East Asia Forum 2015). 궁극적으로 R&D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보조금 여부와 국제시장에서의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 두 일본 방산기업들에게 국제시장 진출에 대한 적극성보다는 조건부적이고, 상당히 주저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게 하고 있다.

  육해상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US-2 Amphibian Aircraft의 제조업체 ShinMaywa는 인도 등 여러 국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수산업으로의 대대적인 전향보다는 오히려 기존 군수품의 민수상업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유의미한 사례이다. 특히 ShinMaywa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해현장에서 구조활동에 적극 활용된 US-2 Amphibian Aircraft에 대한 군민양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F-35 공동생산의 주요 참여기업인 IHI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유사하게 2010년도 초반에 뛰어난 항공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군수시장에 주력하기 위해 ‘항공 엔진, 우주, 방위산업’이란 독립된 산업분야를 마련했다(IHI 2013, 4). 하지만 이후 2014년 연례보고서가 기술하듯 국제무기시장에서의 매출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큰 도전적 과제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초기의 기대감에 비해 훨씬 머뭇거리는 모습이 나타난다(IHI 2014, 4). 역시 IHI에게도 국제무기시장이라는 환경요인이 군수산업분야를 확대하는 데 주요 결정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위한 현실 검토

   이 글은 일본 방산기업들의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일본 방위산업의 부활, 재무장의 일로라는 전망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했다. 위의 결과들이 보여주듯, 일본 방산기업들의 변화 추이는 기존의 매체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는 변화의 폭보다는 좁고,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덜 급진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오던 일본의 방산기업들의 주요 매출은 방산이 아닌 민수품 생산에서 발생하여 민수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일본의 최대 무기제조사인 미쓰비시중공업 조차도 그 비중이 총 매출의 9.4%에 불과하다). 

   물론 전전 일본 군수산업의 역사와, 현재 아베정부의 역사수정주의 및 안보법안 처리라는 맥락에서, 이번 '새로운 3원칙'의 제정이 주변국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촉진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 글은 이러한 전망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현재 일본 방산기업들의 행태분석을 통해 일본 내부에는 이러한 주변국들의 우려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도록 하는 한편, 주변국들에게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궁극적으로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대한 경로 수정과 협력의 여지를 모색하고자 하였다. 



* 이 글에서 언급된 연구나 기사에 대한 자세한 서지정보는  2015년 5월 발간된 필자의 논문에 포함되어 있다. Jo, Bee Yun(2015). Japan Inc.’s remilitarization? A firm-centric analysis on Mitsubishi Heavy Industries and Japan’s defense industry in the new-TPAE regime. International Relations of the Asia-Pacific. (doi:10.1093/irap/lcv011).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및 편집: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배포: 강현희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원)

 

 

2015.09.2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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